평론
이상한 영화의 힘
이상한 사람끼리~
함께 이상할 것~
명절에 만난 친척들 사이에서 영화나 음악 얘기가 나와도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처음 만난 호감 가는 이성과 취향을 주고받을 때에도 못 본 척 숨겨둘 수밖에 없는.
실시간 검색어 1위 / 인기 차트 1위 / 장안의 화제 / 저잣거리 풍문 근처로도 가볼 수 없는.
그런 퀴퀴하고 축축한 영화나 음악이 품은 사랑.
그리고 그 늪에 끌어당겨지는 특정 계층 인간.
나는 왜 이상한 것을 사랑하는가.
퍼스널 쇼퍼가 왜 나를 끌어당기는지는 모른다.
내가 왜 퍼스널 쇼퍼를 사랑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시종일관 말을 하다 마는 화법.
가장 중요한 것을 설명해야 할 때 블랙아웃.
갑자기 영화를 마무리하며 화이트아웃.
고집이나 변덕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날지 않고 그저 본인의 길을 고고하게 걸어가는 큰 새의 걸음걸이로 이야기를 밟아나간다.
영화에서 인스타 라방 댓글식 애니메이션 편집이 실사 화면에 겹쳐 올라오거나, 채팅 애니메이션이 띵띵 떠오르면서 후시녹음 더빙이 들어오는 텍스트 처리가 나오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헤어질 결심은 예외)
그렇게 레토르트 음식을 전자렌지에 뎁혀주는 영화에게 푸대접을 당하고 살 수 없다.
퍼스널쇼퍼, 헤어질결심, 해상화의 시설과 종업원은
무뚝뚝할 수 있지만 최고의 위생 상태, 최고급 식기류, 묵묵하면서도 세심한 손님맞이로 관객을 극진히 대접한다.
퍼스널 쇼퍼는 텍스트를 전달하기 위해 그저 폰을 보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손을 가까이서 잡아줄 뿐이다.
그 결과 문자 메시지를 읽는 동시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무얼 보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글을 읽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마음에 들어가면서,
다음 채팅을 기다리고, 읽씹하기도 하다가, 데이터가 켜지면 밀린 문자가 한번에 쏟아져 들어오기도 하고,
작성중 ···에 애태우기도 하며,
크리스틴 스튜어트 손에 들린 폰이 진정한 시네마 배달부 빗자루가 되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컵이 어떻게 이 정도의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냐···
열리고 닫히는 자동문을 이 정도로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던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나를 죽이고 싶다는 말인 것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거울.
아무것도 보여주고 있지 않은 거울.
텅빈 거울 속을 굳이 비추는 눈빛은···
꽃말을 읽지 말고 꽃을 보아라.
나는 왜 이 영화를 이렇게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블랙홀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침묵하는 이상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유 없이 시꺼먼 이상한 구멍의 마력.
역겨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그 자성.
그것이 이상한 영화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