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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nel>
		<title>언필름드: un film de</title>
		<link>https://unfilmde.kr</link>
		<description>세상의 모든 영화를 이야기합니다</description>
		
				<item>
			<title><![CDATA[어딘가에 두고 온 무언가]]></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32]]></link>
			<description><![CDATA[<p>중학생 때부터 전역을 한 지금까지 종종 꾸는 꿈 속의 나는 초등학생, 빨개벗고 있다.</p>
<p>실내화 주머니를 집에 두고 나왔다.</p>
<p>쪽문을 나와, 육교를 건넌다.</p>
<p>너무나 집에 돌아가고 싶고 부끄러운데, 발걸음은 학교로만 향한다. </p>
<p>나는 학교에서 운동화를 신고 돌아다니는 문제아. 최악의 경우에는 맨발형에 처해질 수도.</p>
<p>지각하기도 무섭고.</p>
<p> </p>
<p>실내화를 안 들고 온 나는 대역죄인, 사형집행자는 조회대에서 막대기를 들고 아이들을 기다린다.</p>
<p>수치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집에 돌아갈 수 없다.</p>
<p>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에서 깨어난다.</p>
<p> </p>
<p>아리 애스터는 이런 악몽을 영화로 만들었다.</p>
<p><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6/6a3962d0497555309429.jpeg" alt="" /></p>
<p> </p>
<p>유치한 편지가 담긴 조각상. </p>
<p>어머니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깨진다.</p>
<p> </p>
<p>절대 물 없이는 먹으면 안되는 그 알약.</p>
<p>물은 제때에 그 자리에 없고, 보는 또다시 미끄러진다.</p>
<p> </p>
<p>보가 틀지도 않은 음악의 소리로 밤잠 설치는 이웃.</p>
<p>보는 맘편히 집앞 골목을 걸어다닐 수도 없다.</p>
<p> </p>
<p>비행기 티켓을 놓치고,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어머니의 장례식을 놓치고, 돌아갈 집을 놓친다.</p>
<p> </p>
<p>보의 욕조 위 천장에 붙어있는 불청객과의 조우는 땀에 의해, 거미에 의해 또다시 지연되고 미끄러진다.</p>
<p> </p>
<p>보에게 가장 소중한 세 아들.</p>
<p>성관계를 해본 적도 없는 보와의 사이에서 또다시 어긋난다.</p>
<p> </p>
<p>꼭 도착해야 하는 엄마의 품.</p>
<p>무슨 이유에서인지 보의 발길이 다른 곳을 향한다. 인연이나 만남은 또다시 지연되고, 또 한 번 미끄러진다. </p>
<p> </p>
<p>중력이 약한 달에서 걷듯이,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허우적대듯이.</p>
<p>무언가에 잡아당겨지는 보, 밀리고 지연되는 사건들.</p>
<p>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보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사건들.</p>
<p> </p>
<p>끊임없이 어딘가 도달에 실패하고 들리게 되는 경유지.</p>
<p> </p>
<p>제발 실내화를 가지러 집에 돌아가고 싶다.</p>
<p> </p>
<p>마음 한 자리를 차지하는 어딘가에 두고 온 무언가의 먹먹함.</p>
<p> </p>
<p>영화 내내 그 먹먹함이 물 먹은 낡은 걸레처럼 축축하고 무겁다.</p>
<p> </p>
<p>나에게 이 영화를 보는 일은 고문에 가깝다.</p>
<p>현실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감정의 극단은 나에겐 마치 청양고추 먹는 일처럼 즐겁다.</p>
<p> </p>
<p>오늘 밤에도 영화가 맡을 수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그 역할들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생각해본다.</p>
<p> </p>
<p> </p>]]></description>
			<author><![CDATA[주나힘주니에]]></author>
			<pubDate>Tue, 23 Jun 2026 01:43:29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정신'이라는 공간 앞의 무력감 &lt;백룸&gt;]]></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31]]></link>
			<description><![CDATA[<p> 백룸 원작자, 케인 파슨스의 감독 데뷔작 '백룸' 이다.</p>
<p>작년의 '8번 출구'에서 장르적으로 부족한 재미에도 게임의 공간과 규칙을 영화적으로 적용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이 '백룸'은 그 양쪽을 모두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원작자가 감독이다 보니 공간을 연출하는 방식 자체도 상당히 흥미로우며, 가장 미니멀한 설정으로 거대한 은유를 담아내는 영화적인 방식도 탁월하다.</p>
<p>더불어 공포감을 형성하는 방식은 점프스케어 보다는 상대적으로 슬로우 번 호러에 해당하는 영화인데,  시종 스멀스멀 음산한 기운이 맴돌던 '롱레그스'의 감독 오즈 퍼킨스가 멘토로 참여한 흔적도 선명하게 느껴진다.</p>
<p> <span style="color:#ff0000;"><strong>(아래 스포일러 다수 포함)</strong></span></p>
<p> <img src="https://www.darkhorizons.com/wp-content/uploads/2026/02/teaser-trailer-a24s-the-backrooms-movie.jpg" alt="Teaser Trailer: A24's &quot;The Backrooms&quot; Movie - Dark Horizons" width="773" height="515" /></p>
<p> </p>
<p>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밝혀지듯이 이 공간을 연구하는 단체는 본래 MRI 개발 회사였다고 한다.</p>
<p>왜 하필 MRI인가,  한다면 이 '백룸'이라는 공간 자체가 일종의 뇌, 정신으로서 은유되고 있기 때문이다.</p>
<p>입구 근처의 인간 팻말을 미끼로 깊숙한 곳에 거주하는 괴물을 끌어내는 그들의 행동은  정신 깊숙이 숨겨진 것들을 알아내려는 노력과도 유사하다.</p>
<p>그러나 내면 깊숙한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이러한 노력은 계속해서 좌절된다.  백룸 속의 경험은 백룸 밖에서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는다.</p>
<p> </p>
<p><img src="https://s.yimg.com/ny/api/res/1.2/0L64i4b8t6cdPjPBbSQmBA--/YXBwaWQ9aGlnaGxhbmRlcjt3PTE1NjA7aD04NzY7Y2Y9d2VicA--/https://media.zenfs.com/en/looper_828/ed4f508270ed164942eaa6cfac54323c" alt="Is There A Post-Credits Scene In The Backrooms Movie?" width="780" height="438" /></p>
<p> </p>
<p>이러한 노력은 메리→클락, 연구자들→메리 이렇게 두 번 반복된다.</p>
<p>메리는 상담가이며, 클락의 꿈이 건축가라는 사실 역시 이 구도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p>
<p>마치 개인 각자 내면을 설계하는 건축가이며, 타인은 그에 닿으려 노력하는 상담가로 보이기 때문이다.</p>
<p>상기 내용을 바탕으로 디테일로 들어가보겠다.</p>
<p> </p>
<p><img src="https://static.wikia.nocookie.net/kane-pixels-backrooms/images/8/8b/Cap%27n_Clark%27s_Rip_Off.jpg/revision/latest?cb=20260517185815" alt="Cap'n Clark's Ottoman Empire | Kane Pixels Backrooms Wiki | Fandom" width="780" height="439" /></p>
<p> </p>
<p>클락의 상점 이름은 ‘클락 선장과 오스만 제국’이다. 그는 홍보를 위해 후크 선장처럼 분장을 하고 광고를 찍지만 어째 모양새가 안 난다.</p>
<p>겉으로는 선장을 자처하지만 사실 진짜 선장은 그의 내면의 창 깊숙한 곳에, 백룸 속에 살고 있는 괴물이다.</p>
<p>( 괴물은 그가 광고에서 입었던 선장 착장을 그대로 입고 있으며, 메리가 발견한 벽화에서는 선장 모자를 쓴 괴물이 클락을 조종하고 있다.)</p>
<p> </p>
<p>백룸 속의 테이블 장면에서 메리는 클락에게 변할 필요가 없다면서 포기선언을 한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괴물이 나타나 그를 잡아먹는다.</p>
<p>자신마저 포기한 상태에서 외부의 노력마저 좌절되는 순간, 그는 축축한 내면에 잡아먹히는 것이다.</p>
<p>클락이 잡아먹히기 전까지는 누구나 이 영화가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메리의 것에 가깝다.</p>
<p>극중에서 중간중간 삽입되는 회상 장면 역시 오직 메리의 과거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인(메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조잡한 역할극이 전부이다.</p>
<p>여기까지 메리→ 클락의 상담은 실패로 끝이 난다.</p>
<p> </p>
<p>메리의 포기 선언과 함께 타인의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음을 깨닫는다.</p>
<p><img src="https://static0.srcdn.com/wordpress/wp-content/uploads/2026/04/renate-reinsve-covered-in-blood-and-running-through-a-neighborhood-in-the-backrooms-movie.jpg?w=1600&amp;h=900&amp;fit=crop" alt="A24 Built Thirty Thousand Square Feet Of Backrooms So Kane Parsons Could  Bring His &quot;Strange&quot; World To Life" width="776" height="437" /></p>
<p> </p>
<p>이후 도망치던 메리는 위기의 순간에 주머니에 있던 돌로 괴물을 내리침으로 탈출한다. 그녀의 트라우마를 담은 그 돌은 부서진다.</p>
<p>백룸 밖으로 나와서 의사들은 그녀에게 백룸 경험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한다.</p>
<p>그리고 여기서 연구자→메리의 상담이 시작된다. 마치 메리가 클락에게 요청했듯 말이다.</p>
<p>관객과 메리는 앞서 클락의 상담을 통해 이미 깨달았겠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는 없다.</p>
<p> </p>
<p><img class="alignnone" src="https://assets-prd.ignimgs.com/2026/05/26/backrooms-movie-thumb-1779835505568.jpg?width=1280&amp;format=jpg&amp;auto=webp&amp;quality=80" alt="Backrooms Movie Review" width="776" height="400" /></p>
<p> </p>
<p>영화 마지막에는 백룸의 어떤 구역을 비추는데, 현재 메리의 집과 어릴적 집이 철거당한 장소 등이 그대로가 옮겨져있다.</p>
<p>‘모든 곳의, 모든 과거의 기억으로 가득찬 방’이라고 설명된 백룸이기에, 추측컨대 이 곳은 그녀의 기억과 관련된 구역일테다. </p>
<p>또한 클락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왜곡된 이유는 아마도 새로 생성된 기억이기 때문이겠다.</p>
<p>오프닝에서 철거된 어릴 적 집과, 그녀가 직접 깨뜨린 마지막 돌 조각까지 관객 입장에서는 그녀가 트라우마를 완전히 허물어낸듯 보이지만 깊숙이 묻어놓은 것일 뿐, 사라진 것이 아니다.</p>
<p>마지막에 비춰진 메리를 닮은 엔티티처럼, 그 기억 속 중심에는 여전히 왜곡되어 침전된 자아가 남아있다.</p>
<p>그리고 역시나 외부의 노력은 그에 온전히 닿을 수 없는 것이다.</p>
<p> </p>
<div> </div>
<div> </div>]]></description>
			<author><![CDATA[Fridaythe13th]]></author>
			<pubDate>Sat, 30 May 2026 14:52:55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사심 담긴 추천 영화 3. &lt;리오 브라보&gt; (1959) - 하워드 혹스]]></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9]]></link>
			<description><![CDATA[<p>이번에 추천 드릴 영화는 하워드 혹스의 &lt;리오 브라보&gt; (1959)입니다.</p>
<p> </p>
<p>고전 할리우드 거장, 장르의 대가 하워드 혹스의 서부극입니다.</p>
<p>사실 아무래도 장르 영화인지라, 보고 나서 대단한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은 아닙니다.</p>
<p>하지만 그냥 너무 재밌습니다.</p>
<p>캐릭터가 모두 너무 매력적이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때문에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바라만 봐도 재밌는 영화입니다.</p>
<p>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행아웃 무비의 최고봉이라고 칭하기도 했을 정도로 등장인물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너무 잘 아는 듯 보였습니다. </p>
<p>그렇다고 전개가 뒤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p>
<p>단순하지만 극을 이끄는 확실한 힘이 있는 큰 줄기에 중간중간 초코칩처럼 박혀있는 코미디와 로맨스, 액션은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을 정말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어줍니다. </p>
<p> </p>
<p>영화 추천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갑니다.<br />소개글이 전문적이진 않겠지만, 친구에게 부담 없이 가볍게 추천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데이트합니다.</p>
<p> </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un, 17 May 2026 02:53:50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전국제 4일차 후기 &lt;크로노바이저&gt;, &lt;루오무의 황혼&gt;, &lt;우리의 대지&gt;, &lt;회생&gt;]]></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8]]></link>
			<description><![CDATA[<p>마지막 4일차인 8일은 총 4편을 봤습니다.</p>
<p> </p>
<p>12. 크로노바이저 (4.0/5.0)</p>
<p>저는 원래 텍스트가 범람하는 영화를 별로 선호하진 않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영화에서는 말보다 이미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활자의 향연입니다. 어찌 보면 게으른 연출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영화는 극을 텍스트로만 전개해 나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특유의 앤틱하고 미스테리한 분위기 덕에 끝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영화 감상이 그렇지만, 이번 감상은 유독 개인적인 것 같습니다. 차분하고 어두운 앤틱한 톤을 유지하다가 크로노바이저의 화면을 들여보는 마지막 장면은 사이키델릭한 실험영화로 변모한 대비가 좋았습니다. 사실 정말 별 내용은 없지만 이상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영화였습니다.</p>
<p> </p>
<p>13. 루오무의 황혼 (3.0/5.0)</p>
<p>솔직히 말하자면 100퍼센트 온전한 정신으로 보진 못했습니다. 3년 전 사라진 남자친구로부터 엽서를 받고 그의 행방을 찾으러 루오무로 떠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남자친구의 행방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생사마저도 모호한 듯 그려집니다. 여자는 남자친구가 머무르다 떠난 장소를 배회하며 그리워하지만 정작 만날 기회가 주어지니 도망쳐 버립니다. 이런저런 좋은 해석들을 봤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감상하며 저만의 언어로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p>
<p> </p>
<p>14. 우리의 대지 (3.5/5.0)</p>
<p>원주민으로 대표되는 자연과 제도로 대표되는 인간의 대립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무엇을 촬영하고 편집할지 취사선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하나의 온전한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러한 취사선택의 과정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lt;우리의 대지&gt;는 이를 꽤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시로 새와 드론이 충돌해 드론이 땅으로 추락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ng 장면으로 삭제됐을 수도 있는 이 장면은 자연과 문명의 대결이라는 주제에 맞게 삽입하기로 선택된 장면입니다. 문명이 자연에 거스르려 하면 안 된다는 영화의 전반적인 스탠스에 일치하는 것입니다. 반면 이러한 취사선택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작은 &lt;액트 오브 킬링&gt;과 달리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민의 진영 또한 원주민을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자신이 가진 권리를 주장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아민의 진영을 묘하게 악마화 한다는 인상을 받으며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추가적으로, 물론 필요한 부분이었겠지만,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p>
<p> </p>
<p>15. 회생 (4.0/5.0)</p>
<p>계획을 짤 때만 해도 관심이 없었지만 평이 너무 좋길래 원래 보려던 &lt;불완전한 의자&gt;를 포기하고 선택한 마지막 작품입니다. 기대 이상으로 이번 전국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입니다. 개인회생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사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빚에 허덕이고 있는 아빠와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대단한 기교가 있다거나 연출이 엄청나게 훌륭하다는 등의 강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로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줍니다. 정말 많이 웃고 많이 울기도 했던, 말하자면 순수 체급이 높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한 번 보시면 반드시 후회는 안 하실 작품입니다.</p>
<p> </p>
<p>영화제 자체는 세 번째지만, 이렇게 며칠에 걸쳐 수많은 영화를 보며 영화제를 제대로 즐긴 건 작년 부산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감상한 작품들의 평균치는 부산이 더 높았지만, 결국 부산에서 본 작품들의 대부분은 후에 어떤 식으로든 다시 감상할 수 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전국제 또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새로운 영화들을 다양하게 감상하며 감상의 폭이 넓어진 특별한 기회였습니다.</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at, 09 May 2026 16:05:44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전국제 3일차 후기 &lt;세계의 끝으로부터&gt;, &lt;어젯밤 나는 테베를 정복했다&gt;, &lt;서서히 사라지는 밤&gt;, &lt;신의 개&gt;]]></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7]]></link>
			<description><![CDATA[<p>3일차인 7일은 5편을 볼 계획이었지만 마지막 &lt;6주 후&gt;를 취소하고 4편만 봤습니당</p>
<p> </p>
<p>8. 세계의 끝으로부터 (3.0/5.0)</p>
<p>흑백 화면에 그로테스크한 장면 등 &lt;이레이저 헤드&gt;가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아버지의 얼굴에 난 종기는 아마 서로에 대한 무관심, 고독 등의 표상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극중 손님이 단 한 번도 비치지 않는, 딸 혼자 있는 술집에 아버지가 찾아가 종기의 피를 뿜어내지만 딸이 역겨워하는 대신 미안하고 사랑하다며 말하는 장면은 물론 그로테스크하지만 반대로 뭉클해지는 지점입니다. 이때 뿜어져 나오는 피는 거리로까지 흘러넘치게 되는데, 마치 주인공 부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대하는 듯 싶습니다. 서먹한 부녀 사이에서, 아버지의 얼굴에 종기가 생기며 벌어지는 일이라는 컨셉은 마음에 들었지만 전반적인 서사가 다소 피상적이고 부녀를 제외한 인물의 활용이 충분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p>
<p> </p>
<p>9. 어젯밤 나는 테베를 정복했다 (3.5/5.0)</p>
<p>극단적인 롱테이크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온천에서 밤새 대화할 뿐인 내용인지라 매우 어둡고 고요합니다. 상술했다시피 극단적인 롱테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컷편집이 없고 말과 말 사이 비어있는 정적까지 영화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물론 이런 영화의 특성 때문에 졸릴 순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타르콥스키를 연상케 하는 롱테이크는 타르콥스키 본인이 그러했듯 영화에 "시간을 각인"시킵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 속으로 들어가 함께 시간을 겪어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으며 그들의 감정에 쉽게 동화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저와 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었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 그저 인물들의 가장 진솔하고 취약한 내면의 이야기 엿들었을 뿐인데 특별한 영화적 체험을 한 듯한 영화였습니다.</p>
<p> </p>
<p>10. 서서히 사라지는 밤 (3.5/5.0)</p>
<p>영화관이 망해 가 영사기였던 주인공이 야간 경비로 좌천되며 생기는 일을 다룬 영화입니다.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쇠퇴하고 있는 영화관 산업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영화관"이라는 특별한 장소의 특성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가장 친숙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영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영화관이 망했기에 영화관의 소중함을 보여줄 수 있던 역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흑백 화면에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보다 진중하고 환상적인 영화일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는 가볍고 코믹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엔딩 장면은 어떠한 벅차오름마저 느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p>
<p> </p>
<p>11. 신의 개 (2.0/5.0)</p>
<p>후기를 보니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듯하여 궁금증을 자아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컨셉과 이미지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댄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프닝에서 강렬한 인상을 줬던 것과는 달리 극이 진행될수록 실망만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신의 개"라는 엄청난 매력의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하고 싶은 말과 연출을 하느라 영화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놓친 느낌이 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p>
<p> </p>
<p>3일차 당일에 써야 했지만 까먹고 못 썼네요...바로 마지막 날 후기 들고 오겠습니다.</p>
<p> </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at, 09 May 2026 00:34:14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전국제 2일차 후기 &lt;지축의 밤&gt;, &lt;바람의 마지무&gt;]]></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6]]></link>
			<description><![CDATA[<p>2일차인 6일은 2편밖에 보지 못했네요</p>
<p>원래 3편 보려고 했지만 컨디션 이슈로...</p>
<p> </p>
<p>6. 지축의 밤 (4.0/5.0)</p>
<p>사실 장건재 감독의 작품이 처음인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과거 연인이었던 두 감독이 그들의 이야기를 각각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니, 소재부터 시선을 끕니다. 한 사람은 썸을 타는 단계의 풋풋함을, 한 사람은 연애하고 있을 당시의 위태로움을 영화로 녹여냅니다. 그들은 배우들에게 주인공들의 감정을 설명하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본인들의 과거를 이해하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두 촬영 팀 모두 확률이 50:50인 불확실성 속에서 봄에 내리는 눈이라는 기적을 기다리고 끝내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 영화가 품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입니다.</p>
<p> </p>
<p>7. 바람의 마지무 (3.0/5.0)</p>
<p>사실 이 영화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편의적인 만듦새가 너무 아쉽습니다. 어딘가에서 본 인물들과 사건들의 조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소위 클리셰 범벅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사의 깊이 또한 그리 깊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마지무에게 가장 거대한 위기인 "촌장과 마을 주민 설득하기"라는 과제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인 마지무의 "진심"을 통해 해결된다기보다 우연과 외부에 의존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클리셰라는 말은 안정적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마지무 덕분에 가볍게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p>
<p> </p>
<p>사실 영화를 단편적인 시스템인 "별점"을 통해 굳이 줄세우기를 해서 그렇지,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다 좋게 본 작품들뿐입니다. 남은 이틀이 기대되네요.</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Thu, 07 May 2026 00:40:24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전국제 1일차 후기 &lt;크라카타우&gt;, &lt;이프 아이 고&gt;, &lt;붉은 안경&gt;, &lt;푸른 왜가리&gt;, &lt;피아노 사고&gt;]]></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5]]></link>
			<description><![CDATA[<p>1일차인 5일은 총 5편을 봤습니다</p>
<p>원래는 4편만 보려고 했는데 &lt;피아노 사고&gt;까지 보게 됐네요..</p>
<p>간단하게 후기 남겨보겠습니다</p>
<p> </p>
<p>1. 크라카타우 (3.0/5.0)</p>
<p>내러티브가 제거되다시피한 실험 영화입니다. 특정한 서사가 중심이라기보단 이미지와 사운드로 압도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작중 공간은 크게 세 가지가 등장하는데 순서대로 바다, 육지, 동굴입니다. 점점 좁고 어두워지며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인상 또한 받았습니다. 바다에서 육지로 전환되는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리듬감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폭발과 미지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이미지에서만 너무 머물기보다 주제에 좀 더 깊고 명확하게 다가갔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제 첫 실험영화라 흥미롭게 봤습니다.</p>
<p> </p>
<p>2. 이프 아이 고 (3.5/5.0)</p>
<p>아무리 한심한 아버지여도 아들 눈엔 그저 신화적인 인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어딘가 먹먹해졌습니다. 아마 아버지인 빅 앤서니는 아들 리틀 앤서니에게서 자신이 겹쳐 보였을 것입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나쁜 짓을 한다거나, 사람들이 비행기처럼 팔을 벌리는 환상을 둘 다 경험한다거나 하는 등 말입니다. 하지만 서툰 아버지인 빅 앤서니는 대화보단 회피를 선택합니다. 영화의 주체는 리틀 앤서니가 아니라 빅 앤서니, 즉 아빠입니다. 성장하는 주체도 아빠, 어쩌면 원제인 "if i go will they miss me"의 주체도 아빠일 것입니다. 아빠는 가족이 자신의 곁을 떠나서야 신에게 자신의 잘못을 회개합니다. 겉으로는 아빠로서 실격인 것 같아 보여도 아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영화의 시선 자체가 아들의 시선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못난 아버지여도 마냥 밉게만 그릴 수 없는 점이 이 영화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흑인이고 흑인 가족, 흑인 공동체를 다루고 있지만 인종에 상관 없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추가로, 영화 전반에 걸쳐 "비행"의 이미지가 지배적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이 이미지의 활용이 다소 일차원적이지는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p>
<p> </p>
<p>3. 붉은 안경 (4.0/5.0)</p>
<p>오시이 마모루의 실사 영화입니다. 현실과 꿈을 의도적으로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최후반부에 가서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영화는 이를 상당히 모호하게 만들어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반복적인 구성과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만화적 몸짓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물론 오시이 마모루는 후반부에 힌트를 던집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야기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인형이 되어있다거나, 대놓고 세트장임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등 말입니다. 이런 오시이 마모루의 대담함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장된 만화적 연출과 개그가 상당히 인상 깊은 영화였습니다. 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를 현실(컬러)-꿈(흑백)-현실(컬러)의 형식으로 선보인 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p>
<p> </p>
<p>4. 푸른 왜가리 (3.5/5.0)</p>
<p>소재 상 &lt;케빈에 대하여&gt;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영화는 반항 장애를 가진 제러미의 행동에서 나오는 아슬아슬한 서스펜스를 훌륭하게 포착해냅니다. 다만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이러한 서스펜스에서 비롯된 단순 오락성이 아닙니다. 영화는 반항 장애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작중 사회복지사들의 대화에서도 제러미의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으며 어려운 케이스라고만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제러미의 여동생의 시선을 빌립니다. 어렸을 땐 오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그를 이해하게 됐다는 여동생의 독백도, 사회복지사가 된 여동생이 과거의 오빠와 대화하다가 오빠가 사실 죽었음이 밝혀지고 여동생 혼자 쓸쓸하게 남아있는 장면도,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기에 빠뜨린 오빠를 원망하고 행동의 이유를 찾기보다 그런 오빠마저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후반부에서는 이미지보다 진부한 대화가 주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p>
<p> </p>
<p>5. 피아노 사고 (4.0/5.0)</p>
<p>가볍게 보기 좋은 블랙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충격적인 전개의 연속입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자극적인 것만 내놓는 인플루언서들을, 또 그들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신랄하고 우스꽝스럽게 비판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마갈리가 자살하려 하는데도 셀카만 찍고 가버리는 팬들과, 마갈리가 죽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자리를 떠나버리는 팬들은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여담으로 이중 후자는 &lt;트루먼쇼&gt;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듣도보도 못한 소재를 가져온 것도, 블랙코미디와 풍자도 훌륭했는데 전개마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던 점이 좋았습니다. </p>
<p> </p>
<p>남은 일정이 기대되네요</p>
<p>2일차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Wed, 06 May 2026 02:42:28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파리텍사스 재밌나요]]></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4]]></link>
			<description><![CDATA[<p>보고싶은데 놓쳤네요</p>
<p>파리텍사스 어떤가요</p>]]></description>
			<author><![CDATA[주나힘주니에]]></author>
			<pubDate>Tue, 05 May 2026 16:41:31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이상한 영화의 힘]]></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23]]></link>
			<description><![CDATA[<p id="SE-0C7E894A-F210-4B37-8322-5D498548D88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E422AAC2-8A78-41DD-A733-0F8E31F2B810" class="se-fs-fs15 se-ff-system" style="background-color:#99cc00;">이상한 사람끼리~ </span></p>
<p id="SE-8E3C42E0-EC42-45F1-87DB-590D029C1FA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51955FFF-9F89-4970-9D82-2EA15553D159" class="se-fs-fs15 se-ff-system" style="background-color:#99cc00;">함께 이상할 것~</span></p>
<p id="SE-ECB51BB7-453D-40CF-9C06-D4B34D0C7423"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5F17500C-DA36-4E6F-B0CF-70CF77DC0686"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A8834BB3-8CAF-44B3-B44E-2D399A7867B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E59281BE-2F1B-4775-943F-C227671A7A46" class="se-fs-fs15 se-ff-system">명절에 만난 친척들 사이에서 영화나 음악 얘기가 나와도 언급조차 할 수 없는.</span></p>
<p id="SE-3F28B606-9114-4FD2-AA6C-BABCA67F6F47"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6BE7BA3F-2D8A-45F6-82A5-924A3961303D"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10C14830-F139-4EF9-83B9-F9F77828D98F"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A4AF876-9696-44D7-BBA6-3BB6C477AF81" class="se-fs-fs15 se-ff-system">처음 만난 호감 가는 이성과 취향을 주고받을 때에도 못 본 척 숨겨둘 수밖에 없는.</span></p>
<p id="SE-31A18CF5-10A3-4C5F-BF87-14E87AC4896F"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88931D3-80A3-4360-9FAB-C185FDA3EB6E"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E60FEF18-0761-4081-8B66-4CE063FDB023"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E17BEB05-2D60-4C9B-9D72-756A7FEDFD63" class="se-fs-fs15 se-ff-system">실시간 검색어 1위 / 인기 차트 1위 / 장안의 화제 / 저잣거리 풍문 근처로도 가볼 수 없는.</span></p>
<p id="SE-C555A825-9CB1-4C1F-B3F6-15638E065D51"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03906C12-5C3F-4094-8867-4B695ACF045C"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CDC53473-7DD9-472B-A6BB-9C964C9A8EAD"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599EF73C-D345-4E5F-82A7-636E0D9C86DE" class="se-fs-fs15 se-ff-system">그런 퀴퀴하고 축축한 영화나 음악이 품은 사랑.</span></p>
<p id="SE-A1AE6138-4698-4127-B4F5-A0DFF70CBAF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96FD7D45-245D-4917-B948-1896EF00233E" class="se-fs-fs15 se-ff-system">그리고 그 늪에 끌어당겨지는 특정 계층 인간.</span></p>
<p id="SE-17C078F5-1679-4033-AC62-5B864189DE90"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66F66E80-3E99-483B-B5B0-D3F7315DE060"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4736941D-1C66-44D5-8385-3E8BC2389D5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D4345BF-1350-4B14-B819-27B46A3EE365" class="se-fs-fs15 se-ff-system">나는 왜 이상한 것을 사랑하는가.</span></p>
<p id="SE-075BC460-54C3-4E00-A48B-62ED1B7BFDBC"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AFF9C6A1-6515-4024-8ADE-9198E519F88A"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5691A746-6C23-4127-A1BB-958276763878"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67AB1EC-3F6B-4502-9966-0D4DFBEC6315" class="se-fs-fs15 se-ff-system">퍼스널 쇼퍼가 왜 나를 끌어당기는지는 모른다.</span></p>
<p id="SE-DBAD6580-6FAD-43DA-A44A-4FF8FBB576B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3A51A45D-0E36-4E4B-AA5B-BC2190C81288" class="se-fs-fs15 se-ff-system">내가 왜 퍼스널 쇼퍼를 사랑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span></p>
<p id="SE-92469855-0A3D-49FC-BF6D-DB28B8A1487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EB4B9C7F-8C46-48C8-B171-BDE18C51E2EF"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9E40E7EA-42E3-4D09-B710-B6F8E670DD64"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06DF52A-00EF-48EB-AEE2-901AD8192A9F"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A9F9DEA3-669B-44D4-B24B-F24EF9CEE92E"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5BE11FA1-5AF2-4AC9-9916-EED9BEF9B377" class="se-fs-fs15 se-ff-system">시종일관 말을 하다 마는 화법.</span></p>
<p id="SE-98AB054A-E2F7-4D23-8292-C1C3EEF8A40F"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18E4904A-26CC-41E2-89B5-E03C09DF1830"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309F9954-4BBC-465A-9461-F75D7029DDC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F1D090BF-BA56-47EA-9A5D-A3ECD5695AEE" class="se-fs-fs15 se-ff-system">가장 중요한 것을 설명해야 할 때 블랙아웃.</span></p>
<p id="SE-806B9ADA-F4AC-4197-BAFC-C28C5FAFFDB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8449DFB-E368-4D49-9AA1-21AA9DDD20D4"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A6D81B29-667E-4B0C-9719-0084E0653680"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22237BA-187F-487E-8803-01D39A82D3E8" class="se-fs-fs15 se-ff-system">갑자기 영화를 마무리하며 화이트아웃.</span></p>
<p id="SE-3DFDD16A-83BA-4E4D-A341-4F526E67983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FC469705-D6D5-4DC8-A78C-65B53E137D2B"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2E8B7CC5-43CE-4CBA-9A05-C0347F7B039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BEE4CA0C-B2AA-498D-930F-5ED0DC658D3C" class="se-fs-fs15 se-ff-system">고집이나 변덕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span></p>
<p id="SE-1AEABBBC-11CC-4AD0-800A-6669DABA1180"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BCCEE6B4-D9F9-481D-AD36-3F35F8DACF26" class="se-fs-fs15 se-ff-system">굳이 날지 않고 그저 본인의 길을 고고하게 걸어가는 큰 새의 걸음걸이로 이야기를 밟아나간다.</span></p>
<p id="SE-79489F27-2181-4994-B3A7-697791BB853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07BFE4D-4416-4AE9-B29E-8C8CD02552E4"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A01927B7-D7DD-42EF-84A3-03345657698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D60D585-DCF2-488F-BE7D-3D1F8E1FD9B7" class="se-fs-fs15 se-ff-system">영화에서 인스타 라방 댓글식 애니메이션 편집이 실사 화면에 겹쳐 올라오거나, 채팅 애니메이션이 띵띵 떠오르면서 후시녹음 더빙이 들어오는 텍스트 처리가 나오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헤어질 결심은 예외)</span></p>
<p id="SE-906609D4-97CE-4BF9-B388-A7272D8F9B6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6FF50881-6BAE-4DF2-A127-001173F63DCC" class="se-fs-fs15 se-ff-system">그렇게 레토르트 음식을 전자렌지에 뎁혀주는 영화에게 푸대접을 당하고 살 수 없다. </span></p>
<p id="SE-46BD9ED3-5C0D-4B3B-A22C-F95CACB26A4D"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1466D05F-6C13-4043-B276-7A9A839FE28D"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370B5819-831B-4A81-AC99-CE72A05312A0"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FC56E40-BDE0-414C-9D53-A4B2D31EEEFE" class="se-fs-fs15 se-ff-system">퍼스널쇼퍼, 헤어질결심, 해상화의 시설과 종업원은</span></p>
<p id="SE-19DAC062-ADF5-49DC-B2A4-63953E2B4668"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1B835F30-D2B7-4C61-B34C-7C7A5A7FDD66" class="se-fs-fs15 se-ff-system">무뚝뚝할 수 있지만 최고의 위생 상태, 최고급 식기류, 묵묵하면서도 세심한 손님맞이로 관객을 극진히 대접한다.</span></p>
<p id="SE-C6631527-256F-48A7-B889-BFA2267E0498"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0A16C7CD-737A-4F35-AA80-E8F74D8FD8B9"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0A15463E-8AD5-4191-9988-5479E0CDF2BE"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0EE9C79-C79E-4CAD-9C3F-6F4C85B4B515" class="se-fs-fs15 se-ff-system">퍼스널 쇼퍼는 텍스트를 전달하기 위해 그저 폰을 보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손을 가까이서 잡아줄 뿐이다. </span></p>
<p id="SE-5E8F1D7F-8CE8-4054-962D-6DD86C305172"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8B822C9-8EC6-48A7-A418-04E4DCD3E234" class="se-fs-fs15 se-ff-system">그 결과 문자 메시지를 읽는 동시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무얼 보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span></p>
<p id="SE-A0A8CCA4-558F-495F-AD21-56F15EA7AD3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5586B8C-70AA-4D8E-8056-029A616BDC2A" class="se-fs-fs15 se-ff-system">이 글을 읽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마음에 들어가면서,</span></p>
<p id="SE-F811A603-E65F-4229-BFD3-0D2B2A99E022"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9B1B22BB-5984-45DE-A206-E95148C853FC" class="se-fs-fs15 se-ff-system">다음 채팅을 기다리고, 읽씹하기도 하다가, 데이터가 켜지면 밀린 문자가 한번에 쏟아져 들어오기도 하고,</span></p>
<p id="SE-0510216F-24C1-4B58-AF6F-937F779361A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021AFF8-B8B6-4900-9CC8-8BA10E1EA348" class="se-fs-fs15 se-ff-system">작성중 ···에 애태우기도 하며,</span></p>
<p id="SE-095344BA-9E44-4D35-A818-EFA70C7EE7A8"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F89C5D65-EF7F-4DAD-B7EE-858C6DE797D0" class="se-fs-fs15 se-ff-system">크리스틴 스튜어트 손에 들린 폰이 진정한 시네마 배달부 빗자루가 되는 것이다.</span></p>
<p id="SE-92805C28-F648-4DD2-AC17-66CDC8E21865"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A0C17946-507C-40CA-BFB7-D100BABD5938"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7DF0E254-D4A3-4D8E-926E-9B7DAA934D76"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81768394-D506-4ED6-9627-2884477897CC"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A6033BE5-500B-4B63-B57E-363C480AFC9A"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F3F0FD7C-F8AA-4B8E-841D-8FE2A29CD029" class="se-fs-fs15 se-ff-system">날아다니는 컵이 어떻게 이 정도의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냐···</span></p>
<p id="SE-46BDE9B1-FE24-4571-BA0F-8AE38C250261"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3F3B2F8-C04D-4D75-9C09-C30D270899EB" class="se-fs-fs15 se-ff-system">열리고 닫히는 자동문을 이 정도로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던가.</span></p>
<p id="SE-D928DB8D-2DAE-4110-A20C-2308A430AD40"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550B293-8BB1-4D88-AE69-0DF22F6EB8E2" class="se-fs-fs15 se-ff-system">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은 나를 죽이고 싶다는 말인 것인가.</span></p>
<p id="SE-F2E39D45-B74E-4F5D-81A3-79147438FB18"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AB8A0C96-6420-42CE-9311-285494D03B19"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7E1D8C4B-A7FE-4085-9102-CED4C27266DF"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DAA32B5A-200A-4867-84B4-13CBC31E2ED9"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4BE0F77B-6A22-4A16-9BA2-EB7CC72EE393"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4B774A15-3DDE-4151-8DC3-343CF0414F54"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1FB7AA6D-C9BE-41EA-A5E1-DDE8E35389F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3B3DA11D-8CDC-4101-8B43-F9B1F3B8430B" class="se-fs-fs15 se-ff-system">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여주고 있는 거울.</span></p>
<p id="SE-AD7CFCAF-035C-4DDE-955E-5F94CB3728A4"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9498F34-FF34-4641-8E98-CE1BD9F5DF66"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70DF09E4-930E-4CCA-BA43-9A9D2C244934"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C2B084F-1212-459E-BC20-8E1235D9C88C" class="se-fs-fs15 se-ff-system">아무것도 보여주고 있지 않은 거울.</span></p>
<p id="SE-F163B143-F4D1-42A9-818F-A5A1B8C7115C"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EAB7CFF2-93BE-4C69-9274-AA700D2F6A46"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29162ECA-E8A1-46EF-8A74-EE4125610A4A"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C255C3D3-E85F-483B-BF06-FFE5478D1F99" class="se-fs-fs15 se-ff-system">텅빈 거울 속을 굳이 비추는 눈빛은···</span></p>
<p id="SE-700DF8E7-CEFE-4BE4-A909-7DD28AB8B52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7E01BBE6-74DC-4A7F-B09D-755B3B471453"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7350E05B-10FA-4122-919E-1D85717291BF"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58BCF604-E5DE-4B2D-A6CC-EB00F7BE7982"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4279BFE3-07B9-40A4-9F2C-5764ACE85E67"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BF3A3A1F-CD9F-4270-B2B9-B1771C5A28A1" class="se-fs-fs15 se-ff-system"><span style="text-decoration:line-through;">꽃말을 읽지 말고 꽃을 보아라.</span></span></p>
<p id="SE-9E6F3A73-0797-46F5-952A-623362AA2823"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F5B36235-6E9C-4C10-AB62-E9606995CDED"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204603CB-37FE-4F17-BFAA-F7E8A32B947A"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9F2995B8-A5CE-474B-BD98-D238532942BF"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F2FCFDAF-946E-4BF6-A6BD-74E667AE8C36"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1AB5E824-63F0-4731-BB9E-005C37EC7F14" class="se-fs-fs15 se-ff-system">나는 왜 이 영화를 이렇게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일까.</span></p>
<p id="SE-37570531-DE83-4705-863A-0BA2D86CAA71"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6F1C4F85-9EBA-46C4-951B-4706F55B5E3A" class="se-fs-fs15 se-ff-system">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블랙홀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span></p>
<p id="SE-941E2160-0BBB-4704-91EA-F1C2283A248E"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115C1AD3-EA6E-4BCE-97C3-7ABA5DEDA95D"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1646B59C-4231-4909-A08F-15D0A4CF85C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A49000FC-EBCC-4D08-960D-CC6CF18B3C29"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FBA08CCC-30EB-4392-A4FB-72F23B40284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AD1ECC3E-37D0-426E-9731-0BCF0F26050A" class="se-fs-fs15 se-ff-system">어쩔 수 없이 침묵하는 이상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span></p>
<p id="SE-954C9EBA-C0D1-413E-902D-1785323E7147"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80314094-E252-4366-BAC2-32B9995AC6A7" class="se-fs-fs15 se-ff-system">이유 없이 시꺼먼 이상한 구멍의 마력.</span></p>
<p id="SE-096FF2D6-5BAE-4426-8AFA-B9C9189DD92E"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6C4A9653-3B7A-46F6-8A54-630550B14DF8"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4E909434-B558-4B54-9B5A-42943610527B"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DB80E92-00D4-4495-9E90-E477AE8176C6" class="se-fs-fs15 se-ff-system">역겨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그 자성.</span></p>
<p id="SE-CB48EABC-8F67-45AF-A7DF-ADCD8EAE53D9"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299C7CCF-696F-455C-8265-389A7383B067" class="se-fs-fs15 se-ff-system">​</span></p>
<p id="SE-1ACC0AB5-9B50-4FBF-9262-DAF5B412462E" class="se-text-paragraph se-text-paragraph-align-left"><span id="SE-F0DB69B8-EAEB-482A-B4A2-736DE107A4C8" class="se-fs-fs15 se-ff-system">그것이 이상한 영화의 힘이다.</span></p>]]></description>
			<author><![CDATA[주나힘주니에]]></author>
			<pubDate>Tue, 05 May 2026 16:40:36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사심 담긴 추천 영화 2. &lt;성스러운 피&gt; (1989)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9]]></link>
			<description><![CDATA[<p>이번에 추천 드릴 영화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lt;성스러운 피&gt; (1989)입니다.</p>
<p><br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인생을 조망합니다.</p>
<p>그의 유년기는 "성스러운 것들"의 죽음으로 설명됩니다.</p>
<p>그는 추락하고 구원 받습니다.</p>
<p>다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p>
<p>구원이라는 소재를, 역설적이게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특유의 컬트적 연출로 표현해낸 작품입니다.</p>
<p> </p>
<p><br />영화 추천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갑니다.</p>
<p>소개글이 전문적이진 않겠지만, 친구에게 부담 없이 가볍게 추천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데이트합니다.</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Thu, 16 Apr 2026 03:14:17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침묵의 친구(2025) - 일디코 엔예디]]></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8]]></link>
			<description><![CDATA[<p>근래 개봉한 서정적인 영화들 중에 이 정도의 독창성을 지닌 작품이 있었던가.</p>
<p>영화는 독특한 시점샷을 통해 식물에게 일종의 인격을 부여하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관계에 있어 이를 고독에 관한 커다란 비유로 담아낸다. 특히 소재 자체에 대한 탐구가 진행되는 서사와 그 비유가  제대로 맞물리며 도달한 결말은 꽤 복합적인 인상을 남긴다.</p>
<p>(아래부터는 영화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다.)</p>
<p><img src="https://www.news1.kr/_next/image?url=https%3A%2F%2Fi3n.news1.kr%2Fsystem%2Fphotos%2F2026%2F4%2F2%2F7834632%2Fhigh.jpg&amp;w=1920&amp;q=75" alt="양조위 '침묵의 친구', 식물과도 친구가 된다면…따뜻한 고찰 [시네마 프리뷰] - 뉴스1" width="600" /></p>
<p>싹이 트는 오프닝과 열매를 맺는 엔딩까지, 영화는 마치 은행나무의 일대기를 보는 것만 같다. 각각 1908년, 1972년, 2020년에 사는 세 명의 주인공과 함께 은행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이들의 역사를 함께한다.</p>
<p>영화 초반부에 언급되는 바로는, 사람 뇌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의식 방법이 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 의식'과 '랜턴 의식'이다.</p>
<p><img src="https://m.media-amazon.com/images/M/MV5BYjdlMmE2NmYtN2M3ZS00ZmNiLThlODAtODM4ZGM1M2NjZDE1XkEyXkFqcGdeQWFyaWVlc3A@._V1_.jpg" alt="Official Trailer" width="600" /></p>
<p>전자는 관심을 가지는 대상을 제한하며 나머지를 지워버리는 방식이며, 후자는 관심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최대한 전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보통의 성인들은 스포트라이트 의식을, 아기와 식물은 랜턴 의식을 사용한다.</p>
<p> </p>
<p>각 시대의 인물들 역시 스포트라이트 의식을 사용한다. 1908년 최초의 여자 대학생인 그레테는 대학교에서 식물학으로 자신을 증명해내는 것에, 1972년 숫기 없는 대학생 하네스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2020년 뇌과학 박사 토니는 뇌과학과 식물 연구에 혈안이다.  그들은 마치 그것이 전부인듯 행동하며, 아직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탓에 매우 고독해 보인다.</p>
<p><img src="https://cineimage.ch/asset/stillefreundin/sct860_rbn139_nhr766/l" alt="Silent Friend (2025) - Film-Infos &amp; Trailer | CineImage" width="600" /></p>
<p>재밌는 점은, 이들 모두 모종의 사건을 겪고 반강제적으로 랜턴 의식을 택하게 된다. </p>
<p>그레테는 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로 생긴 오해로 집에서 쫓겨난 후 사진 기사 조수로 일하며, 혁명에 참여하지 않는 하네스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와 식물과 교감하며, 토니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뇌 연구 대신 주변 식물을 연구하며, 총장에 의해 중간에 연구가 중단된 후에는 총장에게도 관심을 할애한다.</p>
<p><img src="https://substackcdn.com/image/fetch/$s_!xC6V!,f_auto,q_auto:good,fl_progressive:steep/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bac25a41-9635-4f22-a37e-7e300ff99bfb_1374x772.png" alt="Silent Friend (2025) - film review - Jarrett the Cinephile" width="600" /></p>
<p>그러니까 영화는, 전부라 생각하던 영역 바깥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만으로 고독이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 있다고 한다.</p>
<p>혼자 묵묵히 사진 공부를 하여 인도네시아 답사에 참여함으로 다시 연결되는 그레테처럼, 식물과 교감하며 기다린 끝에 군둘라의 제대로 된 고백을 받은 하네스처럼, 총장과 친구가 되고 숫나무의 정자를 받아 직접 수정시킴으로 암나무와 연결되는 토니처럼 말이다.</p>
<p>(솔직히 이 귀결이 조금은 급작스럽게 느껴지긴 하나, 필자는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였다.)</p>
<p> </p>
<p>그리고 제목에 나와있듯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닌 '침묵'이다.</p>
<p>각 시대에서 인물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 즉 말(언어)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는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 식물원에 있었다고 말한 그레테는 오해로  쫓겨나며, 숫총각이냐며 어긋나게 전달된 군둘라의 관심에 하네스는 화를 내며 입을 다물어버린다. 연구를 포함해 태극권 같은 이상한 행동까지 보이는 박사와 총장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교를 통해 전달받은 말 한마디는 분란을 일으킬 뿐이다.</p>
<p>그리고 이 오해들은 말로서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하는 편을 택한다. 마치 식물처럼 말이다. (그레테는 해명하지 않으며, 하네스는 더 대화하기보다 홀로 남기를 택한다. 밥을 먹을때 내가 왜 그랬는지 설명해도 되겠냐는 토니의 질문에 총장은 밥이 식는다며 간접적으로 거절한다.)</p>
<p>그들의 교류에는 침묵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니까 마치 사회가 요구하는 침묵, 혹은 숫기 없는 성격으로 인한 침묵, 언어의 차이로 인한 침묵, 자연의 침묵,등등 이러한 수많은 (손쉽게 통역되지 않는 것들)침묵들 속에서 고독한 우리는 어떻게 세계와 교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보이는 것이다.</p>
<p><img src="https://i0.wp.com/sennhausersfilmblog.ch/wp/wp-content/uploads/2026/01/Silent-Friend-11.jpg?ssl=1" alt="SILENT FRIEND von Ildikó Enyedi | Sennhausers Filmblog" width="600" /></p>
<p>그리고 그 실마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p>
<p>영화 말미에 그레테가 자신의 신체를 찍은 사진들이 보여지는데, 이는 마치 꽃잎을 찍어놓은 듯 보인다. '자연'이라고 하면 주변의 것들만을 떠올리겠지만, 우리도 그 커다란 생태계 속 하나의 개체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롱 샷, 딥 포커스로 보여주는 풍경 속의 인물은 이토록 자그맣고 고독해보이면서도, 커다란 세계 속의 분명한 일부이다. 어쩌면 세계를 제한하지 않는 그런 인식으로 행동한다면 이 고독은 누그러지며, 더 나아가 안고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p>
<p>그리고 어쩌면 운이 좋다면, 누군가 나의 침묵에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고독은 해소될지도 모르겠다. 이리도 묵묵히 버텨내 열매를 맺은 은행나무처럼 말이다.</p>]]></description>
			<author><![CDATA[Fridaythe13th]]></author>
			<pubDate>Wed, 15 Apr 2026 22:43:52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완벽한 영화는 끝나지 않아야 한다]]></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7]]></link>
			<description><![CDATA[<p>여운같은 게 아니다.</p>
<p> </p>
<p>영화 감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워도 천장에서 영화가 계속 상영되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이 아니다. </p>
<p> </p>
<p>그렇게 단순한 장점으로는 영화가 완벽해질 수가 없다. </p>
<p> </p>
<p>영화가 끝나지를 않아야 한다.</p>
<p> </p>
<p>영화의 몸에 자기 혼자 숨이 붙어 생명체이자 유기체가 되어 스스로 굴러가야 한다.</p>
<p> </p>
<p>인사이드 르윈은 얘기해주거나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p>
<p>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 졸음운전을 할 때는, 내 뇌에 잠을 2시간 자고 출근한 나의 고통이 그대로 리콜되어 저장된다. 뇌가 20키로 플레이트에 꾸욱 눌리는 그 고통.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그 고통.</p>
<p>르윈 데이비스는, 낙태를 약속했던 전 애인이 아이를 지우지 않은 채 둘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p>
<p>그 둘이 살고 있다는 곳을 지나친다.</p>
<p>여지없이 망한 오디션에서 도망치고 동사의 위기를 벗어나 차를 겨우 얻어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p>
<p>르윈 데이비스는 그곳의 표지판을 응시한다.</p>
<p>차를 돌려 그 아이를 찾아가볼지 말지 고민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논리와 언어는 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이 주는 감흥 뒤에 딸려오는 덤일 뿐이다.</p>
<p>코엔 형제가 주사기로 내 뇌에 찌르는 고통이</p>
<p>척추를 타고 내 장기로 흘러들어온다.</p>
<p> </p>
<p>내가 시작한 짓거리들을 그냥 싸그리 다 멈추고 0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고통.</p>
<p>그냥 죽고 싶은 느낌.</p>
<p> </p>
<p>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은 계속 망한다.</p>
<p>코엔 형제의 영화다.</p>
<p><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stories live forever, people don't. </span></p>
<p><span style="background-color:#008080;">- 카우보이의 노래</span></p>
<p> </p>
<p> </p>
<p>인사이드 르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p>
<p>“인사이드 르윈이라는 영화의 단점을 찾을 수가 없다. 완벽한 영화다. ” </p>
<p>왜 그리들 말하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다.</p>
<p> </p>
<p>영화를 보는 내내 내 발이 다 시리다.</p>
<p> </p>
<p>지금 르윈 데이비스는 살아있다.</p>
<p> </p>
<p>루 n. 데이비스로 오해받으며, 아직도 꾸준히 망하며, 아직도 꾸준히 얻어맞고 있다.</p>
<p> </p>
<p>그는 또 잃어버리고 있을 것이다.</p>
<p> </p>
<p>이 영화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절대 사그라들지 않는다.</p>
<p>영화의 생명의 불을 꺼트릴 수가 없다. </p>
<p>이 영화는 무슨 추위가 닥쳐와도 끝날 생각이 없다. </p>
<p> </p>
<p>조용히 하는 법을 모른다. 노래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1절 , 2절, 클립, 싸비 하이라이트, 그런 건 없다.</p>
<p>삶은 원래 멈추거나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p>
<p> </p>
<p>좀 끝났으면 하는데도, 그만 망했으면 하는데도,</p>
<p>원래 삶은 끝나지가 않고, 인간은 망하는 일을 도통 멈추지를 않는다.</p>
<p> </p>
<p>그걸 생각하니 또 손끝이 시려온다.</p>
<p>손끝을 그냥 잘라내는 게 낫겠다 싶은 고통.</p>
<p> </p>
<p>완벽한 영화다.</p>]]></description>
			<author><![CDATA[주나힘주니에]]></author>
			<pubDate>Sat, 11 Apr 2026 03:09:39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비행기에 일본도를 들고 타는 세계]]></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6]]></link>
			<description><![CDATA[<p>그런 세계는 없다. 누군가가 창조하기 전까지.</p>
<p>예술은 개인의 감정이다.</p>
<p>예술은 나의 세계를 남에게 설득시키는 일이 아니다.</p>
<p>나의 세계를 창조한 뒤, 전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p>
<p> </p>
<p>타란티노는 중력의 말을 들을 생각이나, 문법을 지켜 예쁨받을 생각이 없다.</p>
<p> </p>
<p>우마 서먼이 핫토리 한조의 검을 받아들고 도쿄로 향하는 길에, 비행기 한 켠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도 보관함이 보인다.</p>
<p>객석에 앉은 당신은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건가.. 하는 착각을 느끼고서는 뭔가 멋진 말이라도 주워섬길 준비를 하거나, 되묻기라도 하려는듯, 혹은 쏘아붙이려는듯이 입술을 움찔거린다.</p>
<p>그 비행기는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p>
<p> </p>
<p>파이 메이는 비단결 흰수염을 몇번이고 살랑살랑 굳이 휘날리며 키도의 칼 위에 손쉽게 올라탄다.</p>
<p> </p>
<p>세상에서 제일가는 치명적 살상 무기가 샛노란 이소룡 트레이닝 자켓을 입고 오토바이를 탄 채 일본 시내를 누빈다.  </p>
<p> </p>
<p>캘리포니아 마운틴 스네이크가 트레일러 문을 열면 블랙 맘바의 두 발이 카메라와 함께 하늘을 가르고 그녀의 가슴팍에 날아가 꽂힌다.</p>
<p> </p>
<p>조니 모가 양손에 칼과 칼집을 들고 벽을 타고 올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에게 덤빈다.</p>
<p> </p>
<p>70년대의 3류 액션영화, 그 당시를 주름잡던 액션 배우, 그냥 최근에 재밌게 본 영화에 나온 배우를 섞는다.</p>
<p>이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p>
<p>그냥 타란티노는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이 재밌다.</p>
<p>원래 창작은 재밌고 좋은 것이다.</p>
<p>당신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 세계는 흔들리거나 삐지지 않는다.</p>
<p>당신을 기다리거나 당신에게 등을 돌리지 않으며, 원망하지 않는다.</p>
<p> </p>
<p>허나 당신이 새로운 세계 하나를 손에 넣고 싶다면, 이 시뻘건 세상은 언제든지 당신의 것이 될 준비를 진작에 마치고 그 자리에 서있다. 텁텁한 앙금 하나 없이. 쿨하게.</p>]]></description>
			<author><![CDATA[주나힘주니에]]></author>
			<pubDate>Sat, 11 Apr 2026 02:37:57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무셰트(1967) - 로베르 브레송]]></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5]]></link>
			<description><![CDATA[<p> </p>
<p>영화는 어떤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내가 죽으면, 너는 어떻게 될까? 가슴 위에 돌이 얹힌 것처럼 답답해…"그녀는 죽음 자체보다 남겨질 이의 삶에 대한 걱정이 더 커보인다.</p>
<p>이후 배경이 숲으로 바뀐다. 한 사냥꾼이 올가미를 설치한다.이에 걸려들어 몸부림을 치는 꿩의 모습과, 수풀에서 이를 몰래 지켜보는 산림감시원 마티유의 시선이 교차되어 제시된다. 어째 그는 꿩의 죽음을 기다리는 건지, 바로 풀어주지 않는다. </p>
<p><img src="https://thecinematheque.ca/assets/images/films/_small169/Mouchette-6.jpg" alt="The Cinematheque / Mouchette" width="750" height="420" /></p>
<p>기다려도 죽지 않고 고통스럽게 누워있는 꿩의 모습을 보고, 그는 이제야 다가서서 풀어준다.</p>
<p>이 오프닝의 사냥장면은 이후 반복된다. 태풍이 부는날 아르센에게 붙잡힌 무셰트의 상황과 같다. 다만 이번에는 지켜보는 시선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p>
<p><img src="https://s3.amazonaws.com/criterion-production/janus_stills/2089-/456id_1031_005_w1600.jpg" alt="Janus Films — Mouchette" width="750" height="422" /></p>
<p>아르센은 수풀에 숨어 비를 피하던 그녀에게 자신의 범행 사실을 고백하며 말을 맞추자며 협박한다.그가 잠시 자신의 범행 현장으로 돌아가고 이내 숲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뒤돌아보니 아르센의 총은 그곳에 있다. 그럼 누구의 총소리인가? 돌아온 그는 아마도 죽지 않은 마티유의 총소리이며 그가 자신을 고발할 것이라 하며, 그녀와 함께 오두막으로 자리를 옮긴다.</p>
<p>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분명 앞선 장면에서 마티유와 아르센은 다투다 화해를 했다. 그럼에도 정보를 완전하게 주어주지 않는 브레송 영화의 특성상 관객은 일단 아르센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p>
<p>오두막에 도착해 알리바이를 만들고 헤어지려다, 이내 아르센은 패닉에 빠진다. 온갖 불안에 떨며 그녀가 발설할까 문을 막기까지 한다. 그는 그러다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그녀는 그를 부축한다. 그가 깨어나자 그녀는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하며 그에게 노래를 불러준다.(실제로 지킨다.)<br />'콜럼버스는 희망을 가지라며...' 학교에서 완창하지 못했던 노래를 이번엔 끝까지 불러낸다. 희망을 믿기로 한걸까?</p>
<p>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아르센에게 부여한 삶에 대한 희망은 그녀를 다시 위협한다. 아르센은 취한 상태로 이내 그녀를 협박하고 강간한다.</p>
<p><img src="https://images.bauerhosting.com/legacy/empire-tmdb/films/1561/images/fw55RO25n7cd6l19qB3mwwy4kbV.jpg?ar=16%3A9&amp;fit=crop&amp;crop=top&amp;auto=format&amp;w=1440&amp;q=80" alt="Mouchette Review | Movie - Empire" width="750" height="422" /></p>
<p>이 장면 외에도, 무셰트에게 가해지는 관심은 항상 폭력의 형태를 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서, 일상에서는 남성에게서 폭력을 당한다. 학교에선 친구들은 모두 그녀를 비웃으며 배척한다. 선생님은  피아노 앞에서 대놓고 망신을 주기도 한다. 하교길에 남자 아이들은 그녀에게 바지를 내리며 성희롱을 한다. 아버지는 수시로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고 뺨을 때린다.</p>
<p>이미지로서 이 폭력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놀이동산에서 범퍼카를 타던 그녀에게 어떤 남성은 관심을 보인다. 그 관심의 정도는 차를 박는 강도에 비례한다. 점차 거세게 부딪히며 재밌어한다.</p>
<p><img src="https://harvardfilmarchive.org/public/upload/events/medium_wide/5cf034c373b63.jpg" alt="Mouchette - Harvard Film Archive" width="750" /></p>
<p>놀이기구 운행이 끝나고 그 남자를 찾아가지만, 어째 그녀에게 무관심하다. 사람들에겐 그녀가 길거리에서 구애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일테다.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버지는 그녀의 뺨을 때리며 그에게서 그녀를 떼어놓는다.</p>
<p>왜 무셰트는 이 폭력들에 대항하지 않는가?라고 했을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가하는 시선의 폭력에 그녀는 흙을 던짐으로 대항하며, 범퍼카 남자에게는 더 세게 갖다박기도 한다. 처음엔 아르센의 강간 시도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아버지에게 '제기랄'이라며 욕설을 하기도 한다.</p>
<p>그러나 그 시도들이 무력하게 작용하는 것 뿐이다. 남성들의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무력하며, 전반적으로는 시선의 폭력에 눌려버린다. 그런 점에서 사실상 그녀에게 점차 고통은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닌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p>
<p> </p>
<p>이 시선의 폭력은 그녀가 아르센에게서  빠져나오자 더욱 심해진다.  마티유의 집에 찾아간 그녀는 전날 밤 아르센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닫지만, 그들의 추궁과 시선에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 전날 밤 강간하는 아르센을 기꺼이 끌어안는듯 한 그녀의 모습처럼, 어쩌면 이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외적으로는 그녀에게 호의를 보이는 듯한 카페 사장은 이내 손님과 쑥덕거리다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며, 창녀라고 비난한다.</p>
<p><img src="https://ibelievethatimayknow.wordpress.com/wp-content/uploads/2018/12/573079-r_1280_720-f_jpg-q_x-xxyxx.jpg?w=1195&amp;h=720" alt="The Last Days of FilmStruck: Mouchette (1967) – CREDO UT INTELLIGAM" width="750" /></p>
<p>두 경우 모두 그녀는 직접 해명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아마도 과거를 설명하지 않는 브레송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겠다.)</p>
<p>집으로 돌아가다 어떤 노파가 그녀를 부른다. 그녀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며 수의를 쥐어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은 죽음을 이해한다고 한다.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낫다는 말 같기도, 낙인이 찍힌 무셰트에게 죽음이 나을 것이라는 조언 같아보인다.이제보니 이 수의는 무셰트 자신의 것 같다. 당혹스러움에 그녀는 욕설을 퍼붓고 떠난다.</p>
<p>지금까지의 일을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삶으로의 탈출에 구원은 없는 듯하다. 올가미에서 탈출한 꿩에게, 오두막에서 탈출한 무셰트에게 주어지는 것은 자유나 구원이 아닌 고통스러운 삶의 연명이다.</p>
<p>희망은 없다.( 그렇다고 절망은 아니다, 무셰트는 절망하기보다 조용하게 감내한다.)</p>
<p>어머니에게 밤 사이에 태풍이 왔다면서, 태풍 맞겠죠? 라며 말을 흐리던 무셰트 역시 이 삶의 고난이 끝나긴 하는지 의문을 가진다.</p>
<p>이후 엔딩에서 토끼를 사냥하는 여러 사냥꾼들의 모습이 비춰진다. 총소리는 더 이상 특정되지 않는다. 위협은 사방에 도사린다. 그녀는 총을 맞아 발버둥치는 토끼를 본다. 오프닝의 마티유와 달리, 그녀는 토끼를 죽음을 그저 바라본다.</p>
<p>무셰트를 남기고 자살을 한 어머니처럼, 무셰트 역시 돌보아야 할 아기를 남기고 죽음을 택한다.( 사실 아기가 남자 아이라는 측면에서, 무셰트의 어머니보다는 남겨진 이에게 대물림 될 고난에 대한 걱정이 덜 할 것이다.)</p>
<p>이후 수의를 몸에 지고 언덕에서 굴러 강에서 자살을 결심한다.그러다 트랙터에서 누군가 오는 걸 보고 멈춘다. 약간은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지만 그는 그냥 지나친다. 아무리 죽음을 결심했다 한들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p>
<p>이후 무셰트는 강에 다시 몸을 던진다.카메라는 물 속에 익사한 무셰트의 장면을 몇 번이고 되감는다. 수면이 조금 흔들릴 뿐, 변화는 없다. </p>
<p><img src="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MjAxOTAxMDVfMjg3/MDAxNTQ2NjY1MDk4MTc2.hqMxTqvsvIqzeRLkiFflPVlv-fpDK4_m2ojRC_H0QDIg.q-ohjg_40OKyrt0IvWRi40fSiAyaqgTqFSXRV1RbMIEg.JPEG.qkrtnwls3181/ekw.jpg?type=w800" alt="14살의 성녀와 여성숭배 - 1967년 作, 로베르 브레송 [무셰트,Mouchette] : 네이버 블로그" /></p>
<p>그렇다면 무셰트는 성녀인가? </p>
<p>잔잔한 수면을 비추는 엔딩에 흐르는 Monteverdi의 Magnificant(마리아의 찬가)는 순교자 무셰트를 위한 것인가?</p>
<p>브레송이 아무리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 하더라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없다. 죽음은 구원이 아닌 죽음일 뿐, 그 순간일 뿐이다.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는 알지 못하고, 카메라는 더더욱 포착하지 못한다.어떤 가치 판단이나 지성이 관여된 설명 대신, 존재하는 것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원칙인 브레송의 영화에서는 더욱 그렇다.</p>
<p>그 어느 장면에도 무셰트에게 구원의 빛이 들지 않는 이 영화처럼 삶은 삶이고,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p>
<p> </p>]]></description>
			<author><![CDATA[Fridaythe13th]]></author>
			<pubDate>Sat, 04 Apr 2026 14:45:16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사심 담긴 추천 영화 1. &lt;벌집의 정령&gt; (1973) - 빅토르 에리세]]></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4]]></link>
			<description><![CDATA[<p>이번에 추천 드릴 영화는 빅토르 에리세의 &lt;벌집의 정령&gt; (1973)입니다.</p>
<p> </p>
<p>스페인 냉전 시대의 잔혹한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입니다.</p>
<p>"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다층적 감상의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p>
<p>더 나아가, '카메라가 담아야 하는 것'에 대한 빅토르 에리세의 솔직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p>
<p>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잔혹한 현실이 드러날 때, 어딘가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영화입니다.</p>
<p>&lt;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gt;를 재밌게 보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p>
<p> </p>
<p>영화 추천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사심이 들어갑니다.</p>
<p>소개글이 전문적이진 않겠지만, 친구에게 부담 없이 가볍게 추천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데이트합니다.</p>]]></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un, 29 Mar 2026 01:18:34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공지]]></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3]]></link>
			<description><![CDATA[영화는 참 매력적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사랑을 주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며, 슬픔을 주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공포를 주기도 하고, 놀라움을 주기도 하며, 전율을 주기도 합니다.
깨달음을 주기도, 상상력을 주기도, 또, 꿈을 주기도 합니다.
영화는 가볍게 즐길 수도 있고, 좀 더 깊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대중적일 수도 있고, 예술적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감상을 경유하며 영화는 매 순간 생명력을 갖습니다.
그것이 영화라는 예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 비난하고 폄하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건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갑시다.  

세상의 모든 영화를 이야기 하는 곳입니다.]]></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un, 29 Mar 2026 01:09:42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첫봄인사]]></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2]]></link>
			<description><![CDATA[안녕하시오]]></description>
			<author><![CDATA[주나힘주니에]]></author>
			<pubDate>Sun, 22 Mar 2026 00:35:41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안녕하세요]]></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1]]></link>
			<description><![CDATA[영화 이야기를 하는 곳입니다.]]></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at, 21 Mar 2026 12:59:28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1"><![CDATA[커뮤니티]]></category>
		</item>
				<item>
			<title><![CDATA[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 - 데이비드 린치]]></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10]]></link>
			<description><![CDATA[<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89f635ee1459865.jpg" alt="" />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는 컬트 영화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21세기 최고의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걸작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2001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보고 21세기 영화가 시작됐다고 느꼈다고 평했다. 그런 만큼, 작년 데이비드 린치의 부고 소식은 전 세계의 수많은 시네필들에게 아주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당시에는 그의 작품을 하나도 관람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의 부고 소식이 다른 팬들만큼의 상실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이제야 그의 작품을 관람하고 영화계가 얼마나 큰 별을 잃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린치를 향한 추모와 감사의 의미를 담아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를 리뷰해보고자 한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8b4810594026757.jpg" alt="" />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는 난해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나도 이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관에 들어갈 때 다소 긴장한 채로 들어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생각보다 그렇게 난해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해석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영화라는 예술은 원래 내 안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8c6b55d48690098.jpg" alt="" />
영화는 크게 2부로 나눌 수 있다. 그 기점은 당연하게도 푸른 상자를 연 시점이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나뉜 두 부분은 완전히 정반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1부, 즉 푸른 상자가 열리기 전까진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물론 중간중간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장면들도 있고 무슨 의미인지 아리송한 연출들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진행 방향만큼은 뚜렷하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리타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여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굵은 줄기 주변으로 뻗어있는 아리송한 장면들은 2부에서 반전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생기를 얻고 의미를 찾는다. 기이한 꿈같던 장면들로 관객들이 영화에 흥미를 갖게 하면서 그 해답을 정반대의 세계에서 찾게 만드는 영화 구성은 그야말로 감탄이 나온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8e1bf3332356123.jpg" alt="" />
1부를 보다 보면 여러 의문들이 생긴다. 아담의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지? 가게 뒤편에서 갑자기 등장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괴한 남자는 정체가 뭐지? 다이앤은 누구고 그녀는 왜 죽어 있는 거지? 1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부를 봐야 한다. 2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이앤(1부에서의 베티)은 카밀라(1부에서의 리타)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카밀라는 이런 관계를 끝내야 한다며 다이앤을 밀어낸다. 카밀라는 영화감독인 아담의 영화에 출연하며 그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녀는 일부러 다이앤 앞에서 아담과 애정행각을 하고, 그런 모습을 본 다이앤은 분노에 차게 된다. 다이앤은 한 남자(1부에서 자동차 사고를 낸 젊은이)에게 카밀라의 사진을 보여주며 모종의 의뢰를 한다. 1부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 기괴한 남자는 푸른 상자를 들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이앤은 한 노부부(1부에서 베티가 공항에서 만난 노부부)의 환영을 보고 총으로 자살한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8f6151e11345656.jpg" alt="" />
자, 이제 1부에서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1부는 일종의 “꿈"이다. 다이앤의 꿈. 다이앤의 꿈에서는 절망적인 현실과는 정반대로 반전된 세계가 드러난다. 다이앤은 비록 배우 지망생이지만 오디션에서 모두의 극찬을 받는다. 자신을 배신했던 카밀라는 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즉 ‘다이앤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등장하며 현실에서는 실패한 사랑마저 성공하게 된다. 카밀라를 ‘뺏어간’ 아담은 외압으로 인해 여주인공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캐스팅하지도 못하고, 애인의 바람을 목격하며, 처참한 몰골로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 파산했다는 소식마저 듣는 비참한 인물로 묘사된다. 당연히 꿈이기에 1부의 등장인물들은 2부에서, 즉 현실에서 등장한 인물들의 재구성이다. 집주인 코코는 아담의 어머니이고, 카우보이는 파티에서 목격한 인물인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름 또한 뒤죽박죽이다. 다이앤은 현실에서의 가게 종업원의 이름인 베티가 되고, 카밀라라는 이름은 아담이 억지로 캐스팅해야 하는 여배우의 이름이 된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90e2c28e2812269.jpg" alt="" />
그렇게 꿈을 살아가던 베티와 리타에게 현실이 점점 다가온다. 분명 현실에서 죽은 다이앤의 시체를 꿈에서 목격하며, 함께 간 공연장에서는 모든 소리가 허구인 공연을 보게 된다. “Silencio! No hay banda!” 분명 밴드와 악기가 없는데 음악이 나오고, 가수는 쓰러졌는데 노래가 나온다. 리타는 베티와 함께 공연장에서 극적인 경험을 하며 모든 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베티는 사라져 있고, 리타가 푸른 열쇠로 푸른 상자를 열며 1부가 끝난다. 1부의 주인공은 리타다. 물론 베티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1부는 분명 리타가 사고를 당하며 시작하고 리타가 상자를 열며 끝난다. 1부, 즉 꿈의 주체는 리타인 것이다. 다이앤의 꿈에서 그녀는 리타, 즉 카밀라가 된다. 다이앤은 꿈에서 카밀라가 되어 그녀와의 사랑, 배우로서의 다이앤의 정체성, 아담을 향한 소소한 복수 등 모든 욕망을 이룬 것이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92813f6c7973945.jpg" alt="" />
이 영화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어떤 이는 1부가 현실이고 2부가 꿈이다, 또 어떤 이는 1부와 2부 모두 꿈이다, 등등 서로 아예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1부가 꿈이고 2부가 현실이라는 구조가 가장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1부에서는 환상적이고, 개연성이 무너져 있으며, 도무지 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거나 해석이 어려운 장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에 반해 2부에서는 비교적 그런 연출이 적거나 혹은 아예 없다고까지 바라볼 수 있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93f537998111302.jpg" alt="" />
또한 1부에서 감독이 이미 “이것은 꿈입니다" 하고 힌트를 줬다고 생각한다. 가게 시퀀스가 바로 그것이다. 한 남자는 자신이 악몽을 꾸었고, 그 꿈속의 정체불명의 남자가 현실에선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가게에 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정체불명의 남자는 등장하고 악몽을 꾼 남자는 쓰러진다. 마치 감독이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힌트를 주는 듯 보인다. 
 <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955a05f07957798.jpg" alt="" />
뿐만 아니라 영화의 구조 또한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영화의 내용과 구성 상,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현실이 꿈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영화다. 그런 와중에 영화는 1부와 2부의 길이를 정직하게 1:1로 나누지 않았다. 2시간 30분가량의 영화에서 1부가 무려 2시간, 2부가 나머지 30분 정도에 불과한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만약 2시간 동안의 현실을 먼저 보여주고 고작 30분 동안 꿈을 보여줬다고 해보자. 이런 형식이라면 영화에서 30분가량의 “꿈"은 그 힘을 잃고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사실상 없어도 되는 부분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혹은 둘 다 꿈이라면 영화 전체 러닝타임에서 1부와 2부의 비중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설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2시간 동안, 즉 ‘다른 영화의 평균적인 러닝타임’만큼 보여주다가, 추가 30분을 통해 사실 앞의 내용은 2부의 반전 세계이자 꿈이었다는 것을 드러낼 때 이 영화가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이는 ‘내가 받아들인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100만 명이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를 봤다면, 세상에는 100만 개의 서로 다른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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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그야말로 할리우드다. 물론 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배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LA에 온 여자, 사랑과 고통이 만든 욕망, 욕망의 비극적 실현, 영화계의 이면 등 영화는 ‘할리우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정말 훌륭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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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는 정말로 아름답다. 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다. 재관람한 것이 아님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서 영화가 점점 커져 걷잡을 수 없이 좋아지는 영화들. 내겐 &lt;멀홀랜드 드라이브&gt;가 그런 영화였다. 본 직후에는 ‘물론 훌륭한 영화긴 하지만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 할 정도인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며칠 후엔, 영화의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장면들과 이미지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다가 결국에는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는 내게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일깨워주는 이상한 힘이 있다. 영화계의 거대한 별을 기리며 이만 마치겠다.]]></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at, 21 Mar 2026 01:44:57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item>
				<item>
			<title><![CDATA[안드레이 루블료프 (1966)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title>
			<link><![CDATA[https://unfilmde.kr/?kboard_content_redirect=9]]></link>
			<description><![CDATA[<img src="https://unfilmde.kr/wp-content/uploads/kboard_attached/2/202603/69bd76d7642bf8682583.jpg" alt="" />
&lt;안드레이 루블료프&gt;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안드레이 루블료프라는 러시아의 화가를 비추는 이 영화는 분명 전기 영화이지만 자전적인 성격 또한 없지 않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같은 고뇌를 겪었기 때문인 것일까. 종교적 색채가 뚜렷한 이 영화는 분명히 숭고하고 거룩하지만 현실과 이질적이지 않아 보인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자신의 저서 &lt;시간의 각인&gt;에서 우리의 동시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안드레이 루블료프라는 인물을 통해 예술 창작의 심리 문제를 탐구하고 싶었으며, 초시간적 의미가 있는 정신적 보고를 창조한 한 예술가의 정신과 시민적 감정을 분석해보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과 어딘가 겹쳐 보이는 한 위대한 화가에 매료된 것이 그의 필모그래피 중 유일한 전기 영화인 &lt;안드레이 루블료프&gt;를 제작하게 된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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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1부, 2부로 나뉘어 있으며 서막을 포함해 총 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서막, 광대 (1400년), 희랍인 테오파네스 (1405년), 안드레이의 고뇌 (1406년), 이교도 축제일 (1408년), 최후의 심판 (1408년)으로 이루어진 전반부 1시간 25분의 분량이 1부, 침입 (1408년), 침묵 (1412년), 종 (1423년)으로 이루어진 후반부 1시간 38분의 분량이 2부이다. 1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안드레이의 개인적 경험에서 촉발된 고뇌를 그렸고,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의 혼란이 개입하며 안드레이가 무너지고 최후에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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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은 이러하다. 예핌이라는 한 남자가 열기구와 같은 비행 장치에 매달려 하늘을 날다가 결국 추락하고 만다. 본 내용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단순한 프롤로그는 안드레이가 겪을 고뇌를 하나의 시퀀스에 집약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말을 한다. 맥락에 따라 도약을 상징하기도 하고, 신에게 다가가려는 인간을 상징하기도 하며, 반대로 신에게 도전하려는 인간을 상징하기도 할 것이다. 예핌의 비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또한 그의 추락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신에게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비행이었든, 신에게 반하기 위한 비행이었든, 종교적인 의미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국 예핌은 이카로스처럼 추락하고 만다. 신에게 반하는 사람들을 향한 탄압으로 보이기도, 신앙의 좌절로 보이기도 하는 예핌의 추락은 어느 쪽이든 안드레이의 고뇌와 연관이 있을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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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간혹 키릴의 시점에서 진행될 때가 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에 대한 영화인데 키릴의 시점이라니, 다소 이질적이다. 하지만 키릴의 시점에서 진행될 때조차 주인공은 철저하게 안드레이 루블료프다. 키릴은 물론 훌륭한 화가다. 하지만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옆에 있기에 빛을 보지 못하고 좌절한다. 그는 신이 내린 재능 앞에서 절망하고 시샘한다. 마치 &lt;아마데우스&gt;의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연상되기도 하는 키릴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하늘의 재능을 내려받지 못한 평범한 우리는 너무도 나약한 나머지 하늘이 내려준 천재를 질투하고 헐뜯는다. 키릴은 결국 거짓말이 난무하는 사람들의 행태, 장터가 되어버린 수도원의 모습과 자신의 재능 없음을 탄식하며 출가하게 된다. 누가 감히 키릴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의 모습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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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키릴이 지적한 ‘사람들의 거짓말’은 단순히 그의 심술만은 아니다. 안드레이 또한 자신의 제자 포마를 뱀에 비유하며 그의 거짓말을 지적한다. 포마는 안드레이에게 자신은 배고프면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안드레이는 그런 포마에게 육신의 허기짐보다 영혼의 갈급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독실한 신자이자 예술가인 안드레이는 포마가 엇나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포마는 후에 돈이 되는 일을 찾아 떠난다. 우리는 또한 포마를 비난하지 못한다. 포마의 선택이 곧 현실이고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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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들의 축제 역시 안드레이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교도 축제 도중 안드레이는 이교도들에게 붙잡히는데, 한 나체의 여성이 다가와 그를 풀어준 것이다. 곧이어 풀려난 안드레이는 탄압당하는 이교도들을 목격한다. 나체로 축제를 즐기며 신앙심이 없는 ‘저속한’ 이교도들에게서 오히려 자비와 관용을 보고, 신을 믿는다고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오히려 무자비를 목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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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마지막 에피소드 “최후의 심판 (1408년)”에서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안드레이의 고뇌가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작업은 진전이 안 되고 포마를 포함한 동료들이 떠난다. 와중에 남은 동료들이 습격마저 당해버리자 안드레이는 홧김에 작업해야 할 벽을 망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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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구절을 듣던 안드레이는 다닐에게 이교도 축제에서의 그들은 죄인이 아니며 아무 잘못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런 후 안드레이는 비가 내리는 밖으로 나서는데, 이는 마치 “광대 (1400년)”에서 비를 피하러 오두막에 들어온 안드레이, 키릴, 다닐과 달리 오두막 밖으로 나서 비를 맞은 광대가 연상된다. 키릴이 말하길 사제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 광대는 마귀의 일을 한다고 한다. 사제와 광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인데, 안드레이의 모습에서 광대가 보이는 것이다. 안드레이의 내적 고뇌가 극에 달하며 1부의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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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타타르족의 침략으로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의 혼란이 개입되는 것이다. 안드레이는 타타르족과 손 잡고 같은 민족을 학살하는 러시아인들을 보며 세계에 회의를 느낄 뿐 아니라 본인의 손으로 직접 살인을 하기도 한다. 백치 소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해도 직접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진 안드레이는 이내 테오파네스의 환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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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파네스는 과거 안드레이에게 무지한 러시아 민족을 비난하며 세상이 지옥이 될 것이라 말하였다. 이에 안드레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무지한 것이 비난받을 대상은 아니라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타타르족의 침략을 겪고 난 후 세태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안드레이는 자신이 과거에 부정했던 테오파네스의 말을 인정하며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인다. 테오파네스는 이를 부정하며 과거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만 큰 상심에 빠진 안드레이는 결국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노라 선언한다. 유일하게 생존한 백치 소녀는 태연하게 죽은 자의 머리를 땋아주고 있다. 백치 소녀는 평생을 무지하게 살아왔다. 그녀는 죄인인가. 대학살의 현장 앞에서도 담담하게 죽은 자의 머리를 땋아줄 수 있는 그녀의 순수함을 죄라고 칭할 수 있을까. 영화는 안드레이의 몰락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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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성당 안에 눈이 내리는 장면은 영화 내에서 서정성이 가장 훌륭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타타르족이 휩쓸고 간 잔해로 인해 내리는 분진을 눈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언제까지 조국에 고통이 이어질 것이냐는 안드레이의 질문에 그건 모르지만 아름답지 않냐고 대답하는 테오파네스의 대답에서 이어진다. 테오파네스의 환영은 안드레이의 내밀한 본심을 반영하는 환영이었을까, 아니면 실제로 사후세계를 겪은 후 생각이 바뀐 테오파네스의 영혼이었을까. 테오파네스는 안드레이에게 천국은 없다며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세계에 회의를 느껴 좌절한 안드레이의 내면이 반영된 것일까. 혹은 반대로 그 말을 듣고 회의가 생긴 것일까. 물론 그의 신앙이 깨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안드레이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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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겠노라 선언한 후 침묵 서원을 한다. 백치 소녀와 함께다. 그들 앞에 타타르족이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소녀는 그들의 호의에 즐거워하며 타타르족을 따라 가려한다. 안드레이는 만류하지만 소녀는 오히려 그런 안드레이에게 화를 낸다. 그녀는 무지하기에 타타르족에게 용서 아닌 용서를 베풀 수 있었다. 용서는 예수의 미덕이 아니었던가. 여기서 영화는 다시 한번 묻는다. 과연 정말 무지가 죄일까. 아무래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이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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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소드인 “종 (1408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이다. 영화는 이전까지의 에피소드와는 달리 보리스라는 소년을 조명한다. 그는 대공이 주문한 종을 주조하는 총감독이 되는데, 이때 종을 주조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보리스는 자신만의 신념과 자부심으로 종 주조를 강단 있게 밀고 나간다. 하지만 그런 보리스도 완성품을 대공 앞에서 선보일 때는 소심해지고 자신감을 잃는다. 많은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술을 완성하는 과정은 분명 자신감과 신념이 필요한 일이지만 때로는 주눅 들 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본인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정부의 압력을 받았을 때나, 작품을 완성시켜 대중과 평단에 선보일 때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보란 듯이 보리스는, 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훌륭한 걸작을 세상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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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는 그런 보리스를 보고 “성 삼위일체”를 완성시키겠다고 다짐한다. 안드레이는 보리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종이 울릴 때 화면은 종도, 보리스도 아닌 안드레이를 비춘다. 거대한 프로젝트 앞에서 도망친 안드레이 본인과는 달리 보리스라는 어린 소년은 훌륭하게 완성시킨 것이다. 안드레이가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침묵을 깨게 해 준 건 다름 아닌 한 소년의 열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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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lt;안드레이 루블료프&gt; 첫 관람은 노트북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영화관에서 틀어 준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설레기도 하는 마음으로 보러 간 &lt;안드레이 루블료프&gt;는 첫 관람에서보다 더한 황홀감을 안겨주었다. 나는 크리스천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스크린에서 펼쳐진 한 예술가의 서사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시종일관 흑백 화면만을 보여주다가 컬러로 전환되며 “성 삼위일체” 이콘을 10분가량 전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말 그대로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통해서 예술가의 사명을 탐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안드레이 루블료프라는 한 독실한 예술가가 추락한 후 재기하는 과정을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게 그려냈다. 자신을 안드레이와 겹쳐 봤을 수도 있고, 어쩌면 예술가의 사명을 깨닫고 고뇌로부터 구원받은 것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본인이었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나를 본격적으로 타르코프스키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나는 감히 그를 신이 내린 영화감독이라 칭하겠다.]]></description>
			<author><![CDATA[멋있는막국수]]></author>
			<pubDate>Sat, 21 Mar 2026 01:38:41 +0000</pubDate>
			<category domain="https://unfilmde.kr/?kboard_redirect=2"><![CDATA[평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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